영화 '디센트' 는 영국의 영화감독 '닐 마샬'이 연출한 공포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에 닐 마샬이라는 이름이 퍼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물론 그의 후속작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빠진 것들 뿐이긴 합니다만 (둠스데이, 헬보이 리부트 등)
이 작품 만큼은 개인적으로도 꽤나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제대로 된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혹시라도 볼만한 공포영화를 찾고 계신 분을 위해서
아래와 같이 주관적인 추천/비추천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1. 폐소공포증이 없으신 분
(사실,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지 않는 이상은 크게 폐소공포를 느끼실 일이 없긴 합니다.)
2. 적당히 잔인한 영화 정도는 볼 수 있으신 분
(영화 중간 중간, '약간' 잔인하다 싶을 정도의 연출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쏘우' 정도는 아니고 봐줄만한 연출이니 너무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정말 난 피가 튀는걸 못봐요! 하실 정도라면 이 영화는 비추입니다.)
3. 귀신이 나오지 않는 공포 스릴러 영화를 찾고 계시는 분
(이 영화에 귀신은 나오지 않습니다.)
4. 적당히 괜찮은 공포 영화를 찾고 계신 분
(2024년 기준으로 딱 한마디 표현을 하자면, 적당히 괜찮은 웰메이드 저예산 공포 영화!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2005년 당시에는 굉장히 센세이션 했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1. 난 피가 튀는걸 못봐요!
(네, 이 영화는 피가 많이 튑니다.)
2. 폐소공포증이 심하신 분
(이 영화는 좁고 어두운 공간을 주 무대로 합니다.)
3. 귀신이 나오는 빡센 공포물을 찾고 계신 분
(이 영화는 크리쳐물이며, 빡센 공포물이 아닙니다.)
영화의 줄거리 :
주인공인 '사라'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가족들을 데리고 물놀이를 가게 됩니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귀가하는 길에 교통사고로 인해 남편 폴과 6살짜리 딸 제시카를 모두 잃고 맙니다.
그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사라는 여전히 제시카의 환영을 보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사라를 위해 친구들은 동굴 탐험이라는 X 스포츠 (Extreme Sports, 극한의 스포츠) 를 떠올리고,
사라를 권유하여 함께 리프레쉬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동굴로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동굴을 탐험하던 중 이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엄청난 공포와 위험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고, 그들이 마주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더 디센트' 는 뭐 엄청난 의미가 숨겨진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속편을 배제하고 생각을 해 본다면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처음 동굴을 통과함으로써 가족들의 죽음에서 벗어난 것 처럼 보였지만,
자신의 친구들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더해서, 사실 아직은 탈출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이를 마주하여 극복해내고, 앞으로 어떻게 이 고난을 헤쳐나갈지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는 영화의 제목인 The Descent와 같이
동굴 속으로 끊임없이, 가족의 죽음과 자신의 죄책감 속으로 끊임없이 내려가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을 표현했다고 생각하고, 이게 그냥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감독은 열린 결말로 그 해석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은 것 뿐이구요.
과연 사라는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났을까요? 벗어날 수 있을까요?
뭐.. 사라의 마지막 표정을 보면 죄책감은 물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낼 것 처럼 보이긴 합니다 ㅋㅋ
그래서 그런가 속편을 그따구로 만들..
가끔 보면, 괴물들은 다 환상이고 없었던 일이라고 하는데
일단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엔딩 크레딧을 보면, 친구들과의 사진이 나오는데요
이로 인해 동굴을 들어간 것 까지는 확실하며,
영화 내내 사라가 학살을 할 정도로 미쳐있다는 미장센이나 언급 자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동굴 내에서의 일이 사실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주노가 불륜녀라는걸 알 수도 없었고
그렇다면 처음부터 친구들을 죽여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게다가 베스를 죽인 것은 명백히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크리쳐들의 골골송이 들리고
오리지널 엔딩 마저도 탈출에 성공한 사라가 주노의 환영을 보고 막이 내리기 때문에
모든게 환각이라면 굳이 마지막 동굴 씬을 넣을 이유도 없습니다.
뭐, 물론 그렇게 끝났다고만 생각하면 재미가 없겠죠? 그러니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이 영화의 몇몇 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주노의 죽음
우선, 가족의 죽음부터 돌이켜 봅시다.
차로 되돌아오던 중, 남편인 폴은 아내인 사라의 괜찮냐는 말에 대답을 하다가, 앞 차를 보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어
교통 사고를 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박았던 차가 싣고 있던 파이프가 날아와, 남편과 딸을 관통하여 모두 죽고 말죠.
즉, '사라' 에게도 가족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더 어려운 것이겠죠.
그로 인해 딸인 제시카의 환영은 자신의 죄책감이라는 모습으로 계속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영화 중반부에서, 친구인 베스의 죽음에 의해 다른 판국을 맞이합니다.
'주노'는 크리쳐를 상대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친구인 '베스'의 모가지(?)를 뚫어버리고 말죠.
베스는 그 와중에 주노의 악세사리를 손에 꽉 쥐고 있게 됩니다.
후에, 사라는 도망치다가 죽어가는 베스를 만나게 되는데 이 때 베스가 악세사리를 보여주며 들려준 이야기는 대강 이렇습니다.
"주노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주노를 믿지 말아라. 이 악세사리는 폴이 주노에게 준 것이다."
즉, 사라의 남편인 '폴'과 '주노'는 불륜 관계였으며, 주노가 베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사실 소름돋게도 영화 초반부터 이에 대한 떡밥은 던져줍니다.
사고 소식을 알자마자 '베스'는 진심으로 사라를 껴안으며 같이 아픔을 공감해주는데
주노 이년은 뒤에서 '폴'의 죽음에 대해서 아파하는 것으로 보이죠 ㅋㅋ
뭐.. 아니더라도 적어도 영화를 다 본 지금에선 그렇게 보이네요.
게다가 영화 초반, 친구들이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사라'만 그날 이후로 뭔가를 잃은 것이 아니다.. 이 대사를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에서 사라는 주노와 어쩔 수 없는 임시 동맹을 맺는 척 하며
다리를 분질러버리고 죽게 만들어버린 것이죠.
어찌 보면 이는 영화 마지막에서 주노의 환영을 보며 사라의 죄책감으로 남게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불륜했다고 죽여버리면 어떡하니..
2. 생일 케이크를 두고 계속 등장하는 사라의 딸, 제시카의 환영
제시카는 계속해서 케이크를 앞에 두고 나타납니다.
파티시에가 장래희망이었나?
처음에는 촛불 5개의 불을 모두 불어서 꺼버리는데요,
제시카는 6살로 알고있는데 어째서 초가 5개 뿐인걸까요?
아니면 이 5개의 초는 5명의 친구들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 영화에서 사라는 총 두 명의 친구를 죽이게 되는데
그 첫번째인 '베스'는 이미 다 죽어가는 상태로, 그나마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사라에게 죽여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라는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저도 못드는 짱돌을 주워서 그대로 내리찍어 원샷 원킬을 하게 되죠.
이는 사라 자의에 의한 살인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노'는 명백히 사라의 의도가 담긴 살인이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죽이지는 않았지만
다리를 찌른 사라의 행동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 것은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동굴 탈출 후, 차 안에서 그녀의 환영을 보고 다시 동굴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우선 여기서, 첫 번째 동굴 탈출은 이제 가족의 죽음에 대한 그늘에서 탈출했음을 의미합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영화의 제목인 'Descent'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요,
이는 가족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나날이 내면 깊숙하게 감정적으로 하강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원수(?)인 주노를 결국 죽게 만들고 이내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듯 하나, 더도 덜도 말고
바로 그 즉시 동굴을 탈출하게 되죠.
여기서 사라는 주노를 죽임으로 인해 자신이 가족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서 일시적으로 해방이 된 듯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내, 가족들이 죽었던 그 상황. 앞에서 달려오는 트럭을 보고 사라는 참지 못한 채 구역질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주노와 불륜을 했던 어쨌건간에 사라 자신의 행동으로 남편과 딸이 죽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이고, 그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자 구역질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를 깨달은 사라는 구역질을 하자마자 그 죄책감과 함께 이제는 주노를 죽였다는 죄책감 역시 마주하게 되고,
다시 동굴을 탈출하기 이전으로 돌아갑니다. 즉, 여기서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그 동굴은 사라의 내면. 즉 죄책감과 복잡한 감정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끔찍한 감정들이, 바로 크리쳐라는 끔찍한 표현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
뭐 모든 사건이 환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감독이 부여한 의미가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동굴로 돌아가, 사실 아직 자신이 동굴에서도, 가족의 죽음에서도 탈출하지 못했음을 깨달은 사라는 딸의 환영을 다시 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분명 딸의 케이크에 초가 5개였으나
그 다음 샷에서는 갑자기 6개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제는 딸이 촛불을 끄지 않고 엄마를 웃으며 바라볼 수 있게 되죠.
이게 뭐 너무 순식간에 6개가 된 터라 옥에 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미장센과 배경 음악, 연출을 고려한다면
제 생각에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제는 사라가 자신의 죄책감까지 모두 이해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픔은, 진실로 그것을 마주해야만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6살인 사라의 생일을, 5개의 초가 아닌 6개의 초로 지금에서야 축하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요?
구역질을 한다는 것은, 끙끙 앓다가 결국 쌓아놓았던 아픔과 마주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아픔을 밖으로 내보내고 개운해진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즉, 이러한 수용과 해소의 양면성이 존재하는 행위인 것이죠.
이는 영화에서도 이런 의미를 내포하여 주로 쓰이는 연출 중 하나입니다.
이제서야 사라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표정과 타오르는 횃불, 그리고 울려퍼지는 크리쳐들의 울음소리에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과연 사라가 이제 어떻게 헤쳐나갈 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죠.
놀랍게도 처음 동굴을 탈출했을 때 보았던 뼈들과 출구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없습니다.
무언가의 희생, 죽음과 이를 멀리하고 보였던 뻔한 답은 이제 없고
이제는 스스로를 진실로 마주했고,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야 하기에,
주변에는 사라 자신과 길을 밝힐 횃불. 그리고 장애물이 있을 뿐입니다.
너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주노..
사실 사람이란 그렇습니다.
박쥐 소리만 들어도 벌벌 떨던 사라가
갑자기 여전사가 되어 크리쳐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것이 의아해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굴 탈출 전까지 사라는 그저 나아가기 위해서만 싸워 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마주한 뒤 이제는 단순히 나아가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무언가 자신의 뜻을 위해 싸워 나가려는 것 처럼 보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오리지날 엔딩에 추가한 만큼
이 부분을 감독이 조금 더 살려줬다면 여러 가설들이 떠돌아 다니지 않았겠지만..
뭐, 이 부분은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만, 우리들 스스로도 단순히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오늘도, 내일도 수단으로써의 한 걸음이 아닌, 목적을 위한 한걸음 한걸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디센트 영화를 보고 느꼈던 점들과, 의문이 들었던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되셨나요?
여러분의 생각과 얼마나 일치하나요?
이런 것들을 나누는 것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자식 개발은 안하고 영화만 보다니